“와디즈 펀딩부터 열었는데 특허출원을 안 했습니다.”
“유튜브에 시제품 영상을 올리고 나서야 특허가 생각났습니다.”
“IR 피칭에서 기술 구조를 설명했는데 문제가 될까요?”
스타트업은 제품을 알리고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기술을 먼저 보여줘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특허는 원칙적으로 외부에 공개하기 전에 출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제품의 구조나 작동 원리가 크라우드펀딩 페이지, 유튜브, SNS, 박람회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됐다면, 특허에 필요한 ‘새로움(신규성)’을 잃었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되묻습니다. “제가 만든 기술을 제가 공개한 것도 문제가 되나요?” 됩니다. 특허법이 보는 것은 ‘누가 공개했는지’가 아니라 ‘출원 전에 일반인이 그 기술을 알 수 있는 상태였는지’입니다. 내 발명이라도, 내 손으로 세상에 내놓은 순간 나에게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공개한 분들은 이 글을 여기서 닫아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개했더라도 아직 늦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우리 특허법에는 발명자가 자신의 기술을 먼저 공개한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그 공개 때문에 특허를 받지 못하는 일을 막아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공지예외주장’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공개했더라도 일정 기간 안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다만 ‘필요한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원칙적으로 출원서에 공지예외를 주장한다는 취지를 기재해야 하고, 출원일부터 30일 이내에 공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다만 한국은 출원 시 이를 누락했더라도 보완수수료를 납부하면, 명세서 등을 보정할 수 있는 기간 또는 특허결정 후 설정등록 전의 일정 기간에 주장 취지나 증명서류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출원만 해두고 아무 때나 챙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개 시점과 공개 내용을 증명할 자료는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1년 안이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지예외주장은 공개 전 출원을 완전히 대신하는 만능 해결책이 아닙니다. 가장 큰 오해가 여기서 나옵니다.
공지예외가 인정되더라도 출원일 자체가 공개한 날로 앞당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내가 한 그 공개’를 심사 자료에서 빼달라고 주장하는 제도일 뿐입니다.
따라서 공개한 날과 출원한 날 사이에 제3자가 유사한 기술을 먼저 출원하거나 공개하면, 그 자료는 그대로 살아서 내 특허를 막는 근거가 됩니다. “12개월이 남았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가 위험한 이유입니다. 남은 기간은 여유가 아니라 이미 흐르기 시작한 시계입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한국에서 공지예외를 인정받았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마다 제도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 국가 | 유예기간 | 실무상 유의점 |
|---|---|---|
| 한국 | 12개월 | 비교적 폭넓게 인정. 원칙은 출원서 기재 + 30일 내 증명서류 제출이나, 보완수수료를 내고 법정 기간에 사후 보완 가능. |
| 미국 | 12개월 | 발명자 유래 공개에 대해 폭넓은 유예를 인정. 한국과 함께 상대적으로 여지가 큰 편. |
| 유럽(EPO) | 사실상 없음 | 국제박람회 출품·명백한 남용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만 인정. 자발적 공개는 원칙적으로 구제되지 않음. |
| 중국 | 6개월(제한적) | 지정 박람회·지정 학술회의 등 공개 형태가 한정. 크라우드펀딩·SNS 공개는 인정받기 어려움. |
| 일본 | 12개월 | 인정 범위는 넓은 편이나 절차가 엄격. 적용 취지는 반드시 출원 시 기재해야 하며 사후 추가 불가. 증명서류는 출원일부터 30일 내 제출. |
※ 각국 제도는 개정될 수 있으며, 위 내용은 이해를 위한 개괄입니다. 구체적 사안은 반드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국내만 보고 공개하면, 유럽과 중국은 그 순간 닫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진출이 주된 계획이라면 아직 검토할 여지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외 계획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공개 전 출원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사례로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유튜브에 시연 영상을 올린 뒤 8개월이 지난 경우
한 스타트업이 제품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시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8개월이 지나 특허출원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우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영상의 최초 게시일, 영상에서 실제로 드러난 기술 내용, 그리고 공개된 발명과 출원하려는 발명의 대응관계입니다.
영상에서 외형과 동작만 보였을 뿐 내부 구조나 제어 로직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출원 가능한 범위는 생각보다 넓게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박람회에서 외관만 시연하고, 제어방식은 설명하지 않은 경우
박람회 부스에서 제품을 작동시켜 보여줬지만, 내부 제어 알고리즘이나 제조공정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제품 전체를 하나의 발명으로 묶어 출원하는 것과 공개되지 않은 제어방식을 별도의 발명으로 출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는 공개일 계산에 걸리지만, 후자는 애초에 공개된 적이 없는 기술이므로 신규성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IR 피칭에서 기술 구조를 설명한 경우
이 경우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참석자가 제한되고 비밀유지의무가 있었다면 공개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거나, 발표자료가 자유롭게 배포·재전달될 수 있는 상태였다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NDA가 없었다고 해서 무조건 공개로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관계의 성격과 자료의 전달 방식에 따라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공개했다면, 이 세 가지부터 확인하세요
- 최초 공개일을 특정한다펀딩 페이지 최초 게시일, 영상 업로드일, 전시 개시일, 판매 개시일 등 같은 기술이 드러난 공개 중 가장 빠른 날이 기준입니다. “대략 작년쯤”으로는 12개월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 공개 범위를 나눈다어디까지 보여줬는지 선을 그어야 합니다. 외관인가 내부 구조인가, 결과인가 원리인가. 공개되지 않은 세부 기술·제조공정·개선사항은 별도 출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증거를 그대로 보존한다URL만 적어두면 나중에 페이지가 바뀝니다. 화면 캡처, PDF 저장, 영상 파일, 브로슈어 원본까지 공개 당시 상태 그대로 확보해 두십시오. 원칙적으로 30일 내 제출하는 증명서류도 이 자료를 토대로 준비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추가 공개를 일단 멈추십시오. 검토가 끝나기 전까지 새 게시물, 새 전시, 새 배포자료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입니다.
결론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제나 공개 전에 출원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펀딩을 시작했거나 시연 영상을 올렸다고 해서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초 공개일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고, 출원할 수 있는 기술의 범위를 신속하게 점검하면 됩니다. 공개는 끝이 아니라,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상담을 준비하신다면
공개한 자료와 최초 공개일만 정리해 오시면, 출원 가능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판단해 드릴 수 있습니다. 공개된 부분뿐 아니라 이후 추가된 개선기술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기술까지 나누어 검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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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본문의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